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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_2024-25년

국회 탄핵소추안 작성 사연 - ‘윤석열 탄핵소추안’ 분량 줄이다…넘치는 죄과에 16쪽 늘어난 사연

by echo-recoder 202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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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쪽부터 김남준 변호사, 이윤제 교수, 유승익 교수, 김용민 의원. 김용민 의원실 제공. [한계레신문]

탄핵소추안 작성 과정

- 1차 탄핵안 부결 후, 김용민 의원을 중심으로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탄핵 소추안 작성팀'이 꾸려졌습니다.
- 유승익 교수(헌법), 이윤제 교수(형법·형사소송법) 등이 3-4일 동안 밤을 새워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2차 탄핵소추안의 특징

- '12·3 내란사태'에만 초점을 맞추어 작성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국민들이 직접 목격한 만큼, 12·3 내란사태만으로도 대통령 파면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1차 탄핵안에 있던 다른 사유들(재의요구권 남발, 무속인 관련 의혹 등)은 제외되었습니다.
- 새로운 증언과 증거로 인해 오히려 분량이 1차 안보다 16쪽 늘어났습니다.


주요 내용

-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시도
- 윤 대통령의 국회 진입 관련 지시 의혹
- '경고성 계엄' 주장에 대한 반박


특이사항

- 각주에 국회 직원·보좌진 26명의 이름과 월담한 국회의원 73명의 이름이 포함되었습니다.
- 이는 '내란 행위'를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로 간주됩니다.

작성 의도

- 신속한 헌재 심판을 위해 쟁점을 '12·3 내란사태'로 집중했습니다.
- 헌재 재판관 임기 만료(2024년 4월 18일) 전 심판 완료를 목표로 합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73677.html
12월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첫 변론 준비기일입니다. 이날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 등이 함께 모여 탄핵 심판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제시할 증거 등을 논의하며 실제 탄핵심판에 시동을 거는 날입니다. 한마디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탄핵소추위원단은 이 자리에서 ‘검사격’으로 헌법 재판 대응에 나서게 됩니다. 지난 14일 국회를 204명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은 형사 재판에서의 ‘공소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44쪽에 달하는 이 탄핵소추안은 어떻게 쓰여진 걸까요. 탄핵안 작성 주무를 맡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유승익 한동대 교수, 이윤제 명지대 교수,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와 17일 전화로 탄핵소추안의 이모저모를 물었습니다.

“2차 탄핵안은 ‘12·3 내란사태’에만 집중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써야 했다. 변호사, 대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들을 모아 ‘탄핵 소추안 작성팀’을 꾸렸다.” 김 의원의 말입니다.

김 의원은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8일, 유승익 교수 등 3인을 곧장 불러 모았습니다. 유 교수는 헌법, 검찰 출신 변호사인 이 교수는 형법·형사소송법 전문가입니다. 이들은 3~4일가량 밤을 꼬박 새워가며 탄핵안 초안을 만들고 수차례 감수를 거쳐 12일 오후 2차 탄핵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승익 교수는 “내가 3일 밤낮을 샐 수 있는 사람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난 7일 부결된 1차 탄핵안은 앞서 조국혁신당이 발표한 탄핵안을 참고해 ‘12·3 내란사태’를 중심으로 재정리한 것이었습니다.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곧바로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던 만큼 완전히 새로운, 탄핵안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혁신당은 지난 7월부터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추위)를 만들어 윤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외쳐왔고,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4일 아침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혁신당 탄핵안을 기초로 한 1차 탄핵안은  12·3 내란 사태 외에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의 하나로 포함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정체 모를 무속인 주장에 빠지고 △가치외교 미명하에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을 고집했으며 △검찰, 감사원을 동원해 정적탄압에 나섰다는 대목 등도 언급돼 있었죠. 사실, 탄핵 사유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경과를 설명하기 위한 서술에 가깝습니다.

2차 탄핵안 작성을 시작한 이들은 이런 서술을 모두 덜어내고 오로지 12·3 내란사태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1차 시도 부결 뒤 일주일 사이 봇물 터지듯 나왔던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보강됐습니다.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단 점거와 서버 탈취 시도, ‘국회 의결정족수가 안됐으니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폭로, 사실상 안 한 것이나 다름없는 국무회의, ‘경고성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 등이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낸다고 했지만, 차고 남치는 증언 탓에 탄핵안 분량은 1차 탄핵안(28쪽)보다 오히려 16쪽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 교수는 “뉴스가 파파파팍 터지는데 새로운 사실들이 너무 많이 밝혀지더라”며 “파면하기에 충분한 정도까지의 사실 관계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마무리한 게 이 정도”라고 했습니다.

유 교수는 특히 “12일에 겨우 탄핵소추안 정리가 다 됐을 즈음, 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됐다”며 “이 부분을 또 추가하느라 시간이 또 소요됐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경고성’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유 교수는 “경고성 계엄이란 건, 우리나라 헌법에 없다”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탄핵안 작성자들은 1차 탄핵안에 들어있던 내용들을 덜어내며 고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헌법적으로도 논란거리가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헌법상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이참에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이걸 추가하면 그것만으로도 심리가 한 주, 두 주는 더 길어진다”고 봤기 때문이죠. 유 교수는 “소추 사유 하나당 심리가 한 주씩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탄핵 소추 사유가 늘어나면 헌재 심리가 길어지고, 불안정한 정국도 지속됩니다. 특히 대통령 임명 몫으로 헌재 재판관이 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18일 만료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헌재 재판관에 대한 실질적인 임명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일반적 해석이라, 그 전에 ‘무조건’ 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신속한 심판’을 하자는 데 야당 모두 뜻을 같이 했습니다.

탄핵안 작성자들은 법적 판단의 틀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 △내란에 해당하는 국헌문란 행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놓았다고 합니다. 혹시나 윤 대통령 쪽에서 ‘헌법재판소법’을 내세워 재판 지연을 꿰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헌법재판소법(제51조)은 탄핵심판과 동일한 사유로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탄핵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헌·위법한 계엄령은 (추후 진행될 형법상 내란죄 관련) 재판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판단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형사 재판을 이유로 헌재 재판이 중단돼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김용민 의원)는 것이지요.
1차 탄핵안 때는 없던 새로운 내용이 각주에 들어간 것도 눈에 띕니다.

2) 많은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기 위하여 월담을 했고, 강윤호, 강태영, 권영근, 김가미, 김대훈, 김석태, 김영표, 김윤호, 김재훈, 김지훈, 문서영, 박규태, 박기일, 박준수, 오가인, 유현제, 윤여길, 이경은, 이동기, 이상엽, 이승환, 이시성, 이주원, 이주헌, 이혜인, 장대연 등 국회 보좌진은 월담 및 계엄군, 경찰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다쳤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회직원들이 국회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출입이 통제된 이후 담을 넘거나, 계엄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친 국회 직원·보좌진 26명의 이름입니다. 이들의 이름과 함께 월담해 겨우 경내에 진입한 국회의원 73명의 이름(이름이 적히지 않은 의원 포함 80명)도 각주에 추가됐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올라가는 자막 속 ‘감사할 인사’ 명단을 떠올리게 하는 이 명단은 ‘내란 행위’를 증명할 아주 중요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계엄군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물리적으로 막으려 했다’는 정황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명단은 민주당 원내행정실과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비상계엄을 전후해 취합한 수준이라, 그날 국회 담벼락을 넘다가 다친 ‘용사’들이 다 담겨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이 명단을 탄핵안에 담으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았다고 이 교수가 전했습니다.

“그날은 국민들의 결사항전의 날이었다. 국회를 찾은 국민들과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과 대치해줬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가 가능했다. 군대로 치면 최전선에서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그날 국민들의 피해는 적지 못하더라도, 집계 가능한 국회 직원들이라도 기록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탄핵안 작성자들은 비단 ‘신속한 결정’만을 위해 12·3 내란사태에만 집중한 탄핵안을 쓴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국민들이 텔레비전 생중계로 그 모든 위헌·위법한 행위들을 두 눈으로 지켜봤지 않냐”고 이 교수는 말했습니다. 굳이 더 보탤 것도 없이 지난 3일 밤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대통령 파면 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탄핵 심판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명의 국회 몫 헌재 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안 작성자들은 이런 주장만으론 온 국민이 목격자였던 이 12·3 내란사태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막아서는 데는 역부족일 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립니다. 헌재의 시간은 오는 27일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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